네이트판 레전드 – 어디까지가 아이키우면서 유난떤다고 볼 일입니까(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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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심받고 위로받았습니다.
친구로인해 상했던마음. 얼굴도 모르는분들이 편들어주시고 토닥여주시니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 친구는 저와 15년된 친구입니다.
철없던 20대 중반에 직장 동기로만나 얕은우정부터 시작해 제딴에는 서로 진솔한 사이라고 여겨왔던 사람입니다.

음.. 댓글들의 대부분이 친구가 못사는가보다, 자격지심이다, 돈이없나보다 였는데.
이와중에 친구편을 들고있는 저도 참 웃기지만,
그 친구가 직장다닐때도 저보다 모아놓은 돈도 많았고 재테크에도 일가견이 있었으며, 
결혼도 훨씬 경제력이 탄탄한 남자랑 자가로 시작했고, 현재도 저보다 더 넓은 집에 좋은차타고 다닙니다. ㅎㅎ
단 한번도 전 친구 부럽다여긴적없고 그친구 또한 돈으로 유세떨거나 누굴 업신여기는걸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황스러웠습니다. 대체 왜 나한테 이런걸 묻는거지? 왜 자꾸 유난이라고 하는거지?

친구가 돌아가고 화가났던 순간의 마음이 가라앉자, 
혹시 내가 요새 친구에게 서운하게한건 없었나.. 그 친구가 나한테 뭔가 불만이 있는건가. 싶더라구요.

오늘 주말이고 애셋을 오롯이 신랑한테 떠맡기는게 민폐중에도 상 민폐라는걸 알면서도
담판을 지어야겠으니 애좀보라고 떠맡기고 친구 불러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정말 내가 얘기한것들이 네눈엔 '유난'으로밖에 안보였냐. 
모든 애엄마들이 하는 기본중의 기본일뿐인데 왜 너에게만은 그게 유난이되고 사치로 받아들여지는거냐.
모든 엄마들의 육아가 유난으로 보여서 그런말 한거냐, 내가 아니꼬아서 비꼰거냐.

친구가 그러더군요.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 꾸준히 봐왔는데 그간 그 글들보면서 
자긴 네가 무슨 육아의 달인마냥 써놓은 글들이 웃겼다네요.

블로그요? 그냥 개인적으로 운영하는건데 나름 조회수가 되서 이웃이 한 500명? 정도 됩니다.
그저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던것, 공유하고싶은것, 내 천사들의 사진, 소소한일상 이런걸 올렸던건데...
그걸 그친구에게 읽으라고 강요하지도않았고 저또한 그친구가 그걸 읽고있는지도 몰랐거든요.

결혼하고나서 첫애낳고 회사 퇴직하면서 함께하는시간이 당연히 없어졌고 
자긴 똑같은데 넌 자꾸 변해가는것 같아서 첨엔 신기하고 그다음엔 웃겼답니다.

육아에대해,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수있는건 오은영박사정도는 되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하더라구요.

글쎄요. 제가올렸던 글을 다시 읽어봤지만, 
그저 [배앓이대처법, 이가나기시작할때, 이유식시작하기, 아이와 놀아주기, 돌잔치준비하기] 등등 
그냥 제가 직접 키우면서 알아간 팁등을 정리해놓은것 뿐이거든요.

그래서 작정하고 어디까지 잘난척하나 보러왔다네요. ㅎㅎ 참, 인생 까칠하게살죠?

자기도 다 알고있대요.
신생아 배넷저고리 4-5개 있어야되는거. 분유준비하는거.애기세제 따로써야되는 이유. 
젖병 세척솔과 수세미등 구별하는거. 카시트 선택하는 기준. 유모차 선택하는 기준등.
수없이 맘카페를 들락거리며 준비했다고하네요.

그런데 말도안되는 출산용품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았을때 제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했대요.재밌죠?

더 들을것도없이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인가보다. 
네가 어느정도로 날 생각하고 지금까지 친구로 지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적어도 무언가로 널 시험해보고 반응보고 웃고싶었던적은 없었다.
네가보기에 꼴 같지도않은 내가 육아한답시고 깝치며 블로그질 하는게 썩내키지않았나본데 그럼 날 안보면 그만이다. 
나랑 인연이 닿는게 없음 그런글들이 웃기지도 우습지도 까고싶지도않을것이고 
그저 네가 맘카페에서 수천번 수만번씩 읽었던 소소한 육아의 팁으로 끝날것이다. 
말하고 나왔습니다.

친구에게 문자가왔네요.

[넌 언제나 그랬지. 회사다닐때도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그렇겠지. 
반지하에서 첫째 애낳고도 뭐가그리 좋은지 싱글벙글.월세살면서 그거 쪽팔려한적도없고.. 
애 둘 키우면서 돈 모아 결혼 8년만에 전세로 간다고 축하해달라고 하던 당당한 니모습. 
그래 난 너의 그런모습이 자랑스럽기도 부럽기도 얄밉기도했다. 
같은 상황에도 항상 넌 긍정적이고 짜증날정도로 밝았어. 언제나 고마웠고 늘 니가 미웠다. 잘지내라 OO아..]

어쩌면 친구는 저와 인연을 끝내고싶었는지도..
아니 제가 끊어주길 바랬는지도 모르겠네요.

문자답장은 하지않았습니다.
끝까지 밝은척 할 필요도, 애써 당당한척 할 필요도 없을것같아서요.

15년 우정 끝나 속상하고 아픕니다. 그친구가 많이 보고싶을것같구요.
앞으로 내가 의도치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줄까봐 걱정입니다.

나이 마흔에도 친구땜에 울줄은 몰랐네요.
그냥 그런밤이네요. 슬픈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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