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잘나갔는데 초심 잃고 폐지돼버린 예능 TO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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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획기적인 소재와 구성을 강점으로 인기를 얻는 예능 프로그램이라 해도 흥망성쇠라는 자연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습니다. 모든 인기 프로그램이 이 흥망성쇠를 반복하다 결국 종영을 맞곤 하는데, 시청자들의 민심을 잃는 데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단연 프로그램 초반과 크게 달라진 제작진 및 출연자들의 초심을 꼽을 수 있겠죠. 오늘은 한때 잘나갔지만 초심을 잃고 폭망해 결국 폐지의 수순을 밟게 된 예능 프로그램 TOP3 를 알아보겠습니다

<마녀사냥>

지금이야 지상파 방송사를 위협할 정도의 시청자와 크리에이터들을 보유한 유튜브를 통해 커플 간의 속궁합이나 연애 조언 등 성과 관련한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지만,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달랐습니다. 방송에서의 성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금기와도 같았던 2013년, JTBC <마녀사냥>의 등장은 그래서 더 쇼킹했는데요. 치명적인 매력으로 남자를 뒤흔드는 ‘마성의 여자’들에 대해 냉소적으로 파헤친다는 기획의도를 바탕으로,19금 연애상담 등 마치 심야 성인 라디오방송처럼 유쾌한 섹드립과 솔직한 이야기가 여과 없이 공개되며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습니다.

더욱이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등 솔직한 입담으로 유명한 남성 진행자들로 이루어진 구성은 마녀사냥이라는 프로그램의 장점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는데요, 오직 남성 시각에서 본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남성 시청자들에게는 공감을,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궁금증을 해소하는 나름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기 충분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오로지 남자들만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입장에서 궁금한 점을 물어보거나, 여성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패널도 출연하면서 나름대로 밸런스를 맞췄고, 실제로 여성 패널로 나와 솔직하고 과감하게 토크를 펼친 곽정은, 한혜진 등의 출연자는 마녀사냥을 통해 쿨하고 세련된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얻어 가기도 했습니다.

‘그린라이트를 꺼줘’, ‘너의 곡소리가 들려’ 등 참신한 코너들로 구성된 마녀사냥의 완성도는 시청자들로부터 ‘탈조선급 예능’ 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큼 반응이 뜨거웠고, 패널들이 자주 사용하던 ‘그린라이트’, ‘낮져밤이’ 는 마녀사냥으로부터 유행이 시작해 2020년 현재까지도 마치 표준어처럼 통용되고 있는데요. 그렇게 신드롬적인 인기를 구가한 마녀사냥이지만 제작진의 선택 미스로 프로그램은 곧 하향세를 타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여성 시청자들의 유입이 대거 늘어났고, 이에 시청자 파워 역시 여성이 우세한 상황에서 여성 이야기의 비중을 늘린 게 패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애초에 마녀사냥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가 ‘남자 시각에서 본, 남자들의 여자 이야기’ 라는 프로그램의 특이점이 남녀 시청자 모두에게 궁금증을 유발했기 때문인데, 여성 관점의 내용을 대거 늘리는 과정에서 이 차별점은 서서히 사라졌고, 일반 연애 토크쇼와 다를바 없는 무난한 프로그램이 돼 버리고 만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비슷비슷한 에피소드의 반복으로 식상해졌다는 반응이 이어지던 와중에 초심까지 잃어 시청률은 급속히 하락,이어 핵심 코너였던 ‘그린라이트를 켜줘’를 폐지한 뒤 빛의 속도로 떡락하더니 결국 123화를 마지막으로 종영하게 되었습니다.

<냉장고를 부탁해>

음식을 만들고, 음식을 먹고 급기야 음식을 판매하는 프로그램까지, 각종 변종 프로그램을 탄생시킨 쿡방의 인기의 시초에는 2014년 첫선을 보인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매회 2명의 유명인 게스트의 집에 자리한 냉장고를 그대로 스튜디오로 가져와서 냉장고에 들어있는 재료들을 이용해 셰프들이 제한 시간 15분 안에 요리를 만들어 대결한다는 획기적인 구성으로 방송 초반부터 화제를 모았는데요.특히 연예인들의 냉장고 속을 여과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관음 욕구를 충족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냉장고 속 재료를 활용하여 일반 시청자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쉬운 레시피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알려주는 정보성 프로그램의 장점까지 흡수하며 전세대를 아우르는 명실상부 JTBC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특히MC와 게스트가 설전을 벌이는 다소 마이너한 콘셉트가 화제를 모으며 배우 최민수가 출연한 첫 회부터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는데요.하나씩 나와서 한 화면 채우게 주로 구설에 오르거나 논란이 있었던 연예인들을 섭외하여 취조하는 콘셉트가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안겨 호응을 얻자 방송 초창기에는 박진영, 이승철, 윤도현, 싸이, 탁재훈 등 일명 물어 뜯기 좋은 특징을 지닌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하기도 했습니다.이같은 콘셉트로 순식간에 화제성을 얻게 된 무릎팍도사는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연예인 게스트 외에 안철수, 엄홍길 등 미디어 노출이 극히 제한돼 있던 다양한 분야의 여러 유명인사들까지 섭외하면서 재미는 물론 감동까지 선사하는 완성도 높은 대형 토크쇼로 위상을 떨치게 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장점이 프로그램의 인기와 함께 득이 아닌 독으로 작용하며 망테크를 타게 됐습니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 보니 연예인 출연자들의 냉장고 속 재료도 매일 똑같아서였을까요. 식재료를 의도적으로 다양화하면서 역풍을 맞았는데요. 방송 초반에는 마치 우리집 냉장고처럼 현실적인 풍경이 대부분이라 재료가 부족해서 유발되는 재미도 많았는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일반 서민들이 보기 힘든 샤프란, 캐비어, 송로버섯 등 여러 고급 식재료가 한회 걸러 한번씩 등장하며 완전 보여주기식 아니냐, 상대적 박탈감 느껴진다는 반응과 함께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프로그램의 핵심으로 통했던 셰프들의 변화 역시 냉부해 오랜 시청자들의 외면을 불러왔는데요.초반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재료로 누구나 따라하기 쉬운 레시피를 선보였지만, 프로그램의 인기와 함께 셰프들의 인기도 날로 거세지면서 셰프끼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그 결과 너도나도 화려한 요리 기술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변모, 또한 게스트를 위한 요리가 아닌 자기 PR을 위한 요리를 고집하며 고정 시청자들의 이탈을 초래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셰프의 인맥을 통한 섭외가 늘어나면서 기존 셰프들은 인맥을 과시하고 새로온 셰프는 방송 출연을 통해 인지도를 쌓으려는듯한 분위기까지 연출되며 나중에는 집에서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를 선보인다는 프로그램의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도 스타 셰프들이 본인의 요리 실력을 대결하는 프로그램으로 바뀌며 재미가 반감됐고, 결국 2019년 254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하게 되었습니다

<무릎팍도사>
MBC 목요일 심야 토크쇼는 현재 <라디오스타>가 단독으로 방영되고 있지만 라스의 전신이었던 <황금어장>이라는 프로그램은 사실 MC 강호동이 진행하는 <무릎팍도사>와 라디오스타가 양분하는 형식으로 방영되었다는 점, 기억하시는 분들 많을텐데요 2007년 첫 방송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방영된 <무릎팍도사>는 강호동이 점집 도사처럼 분장을 하고 연예인 및 유명인사들의 다양한 고민을 해결해준다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으로, 그간 음성적으로 떠돌던 유명인에 관한 가십이나 사생활, 루머 등 거론하기 껄끄러운 내용을 당사자가 직접 나와 이야기하고, 강호동과 유세윤이 민감한 부분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방식이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했죠

하지만 프로그램의 인기와 함께 과거의 B급 감성은 사라졌고 예전처럼 게스트는 껄끄럽지만 시청자들이 실제로 궁금해하는 질문은 가급적 다루지 않아 재미는 반감되었습니다. 또한, 본격적으로 감동 노선을 타면서 과거 물의를 일으킨 소위 사고친 연예인들이 출연해 억지 눈물을 짜내는 패턴이 역효과를 불러왔습니다.일부 연예인들의 경우 반성하는 모습보다는 당시 힘들었다는 식의 심경을 토로만하다 가기도 했는데요, 이에 시청자들은 ‘면벌부 도사’, ‘물타기 도사’ 라고 비꼬며 초반 콘셉트를 상실한 무릎팍도사에 실망감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는 곧 시청률의 폭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와 반대로 황금어장 방영 초반에는 무릎팍도사에 밀려 쪽방 신세를 면치 못하던 라디오스타는 무릎팍도사의 초기 컨셉인 ‘물어뜯는 컨셉’ 을 그대로 이어 받아 오히려 떡상, 무릎팍도사가 시청률이 하락해 폐지된 지금까지도 장수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라디오스타도 인기를 얻게 되면서 무릎팍도사와 정확히 똑같은 노선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 라디오스타 역시 초반의 B급 감성과 날카로움이 사라졌다는 반응을 자아내며 3~4%의 낮은 시청률로 근근히 버티고 있다고 하네요

그 어느 분야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계에서 초심을 그대로 유지한 채,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매번 색다른 변화와 시도를 추구하며 새로운 시청자를 유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요. 그러나 오늘 살펴본 아쉬운 선례들처럼 프로그램 정체성에 반하는 변화는 오히려 고정 시청자들의 반감을 일으킬 수 있고, 시청률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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